이직 회고

1년 1개월 이라는 시간을 끝으로 KCD를 떠납니다. 다음 방향을 결정하고 달려온 지난 몇 달을 돌아봅니다.

새로운 목표: MIT 공대, 한복가게

직장인들의 사춘기가 찾아오면 무릇 나 자신을 돌아보곤 합니다. 현재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고민을 거듭한 결과, 공부와 경제적 자유가 지금의 저에게 가장 큰 가치를 지녔음을 깨달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대학을 가지 않기로 결정하며 마음먹은 다짐이 하나 있습니다.

“배우고 싶은게 생기면 그 때 대학을 가자”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서른을 넘은 현재, 평소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를 보며 그들이 일하는 목적에 크게 감명 받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로서 지구와 인류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보니 이제서야 진지하게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실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수학, 물리, 천문학 등등 다양한 분야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이왕 공부한다면 지구에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더욱 좋겠다는 생각에 ‘MIT 공대에 가고 싶다!’ 라는 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를 하러 가기 전에 이뤄놓고 싶은 또 한가지는 바로, 어머님의 한복가게를 다시 차려드리는 것입니다. 코로나 직전 가게를 닫으시고 힘들어하시는 어머님 모습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작년 제주도 여행에서 아직 꿈을 놓지 않으신 어머님의 속마음을 듣고 나서 아직 정정하실때 꼭 꿈을 이뤄드리고 싶었습니다.

네…ㅎㅎ 두 목표 모두 그냥 돈이 필요한게 아니라 많은 돈이 필요하네요. 🏦

기회, 도전

그렇다고 창업을 하기엔 아직 제 깜냥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보다는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작은 스타트업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Seed 혹은 시리즈 A정도는 돼야 의미있는 보상을 기대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 초기 스타트업
  • 기술적 챌린지가 있으면 좋겠다
  • 이왕이면 AI 쪽
  • 하지만 당장의 현금흐름이 끊기고 싶진 않다. 돈 벌고 있는 곳
  • 그러면서 미래 가치가 큰 곳. 글로벌 마켓이면 더 좋겠다.
  • ⭐ 대표나 경영진이 제품관리 경험 및 철학이 있는 곳 ⭐

다시 봐도 정말 유니콘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거의 욕망의 항아리…) 아무튼 최대한 위 조건을 생각하며 이곳저곳 커피챗과 오피스투어를 할 무렵 Ted와 연락하며 자연스레 이직 이야기가 나왔고, 이직 의사가 있음을 밝히자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자고 제안을 주셨습니다.

처음엔 그리 구미가 당기지 않았으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연락을 주고받던 그 어느회사보다 위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회사였습니다. 이후로 인터뷰 프로세스를 진행했고, 정말 다행스럽게 통과하여 XL8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IT 제품 스타트업의 대표란

근래에 제품 조직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드씽을 읽으며 스타트업의 피땀눈물을 조망해봤습니다. 이어 제품조직에 몸담으며 희미하게 느꼈지만 정리 되지 않았던 것들이 인스파이어드를 읽으며 명확해졌습니다. 안되는 회사의 전형을 보며 공감도 됐고, 잘되는 회사의 모습을 보며 ‘아 저렇게 일해야 하는구나’ 깨닫기도 했습니다.

TMI: 다음엔 임파워드를 읽어볼 계획입니다.

이직 회고를 하며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회사에서 대표의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거 아니야?’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에서는 그 의미가 더-더욱 큽니다. 대표가 의도했든 안했든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은 의미를 갖게 됩니다. 작은 제스처 하나가 큰 폭풍이 될 수 있는게 스타트업의 환경입니다. 그렇기에 대표의 이력과 경력, 사람됨이 중요해집니다.

결국 대표의 생각은 현실화되어 어떤 형태로든 제품 개발자인 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됩니다. HR, CTO, CPO, 부서이동, 휴게실, 행사 등등 다양한 형태로 대표의 의지가 담긴 채 개발자에게 전달됩니다. 회사에서 대표의 의지는 쉽사리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거부할 수 있지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합니다. 맞서 싸울바에 대표가 제품개발/관리에 대한 이해를 더 잘 갖춘 곳으로 옮김다면, 온전히 제품을 개발하는데 힘을 기울일 수 있겠죠. 그리고 현재 회사에선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직준비 + 밀린약속 등을 핑계로 4월 포스팅을 건너뛰고 5월로 넘어왔습니다. 꾸준히 글쓰는 건 정말 쉽지 않네요. 블로그를 꾸준히 쓰시는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Written by@Phil
FE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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